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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 톡톡


예전에, 그러니까 1990년대였고,

제가 10대 소년이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이모가 저희 집에 놀러 오셨습니다.

이모는 어머니보다 7살 아래신데 예나 지금이나 항상 젊고 열정적이고 밝게 사시는 분이십니다.

청소년이셨을 때는 열심히 교회를 다니시다가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교회를 떠난 후,

늦게나마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워낙 사업수완이 좋으셔서 사업은 날로 번창하였지만,

가정에 약간 심난한 문제가 있어서 교회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현재는 김양재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우리들 교회에 출석하고 계신데

예배중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때도 많고, 좋은 설교 있으면 들어보라고 권하시기도 하십니다.

 

하여간 저희 이모가 예전에 놀러오셨을 때 저랑 같이 백화점엘 갔습니다.

쩌다 보니(이모만 따라다니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여성 코트를 파는 매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모는 매장 점원분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제 조카가요, 이 백화점에서 가장 비싼 코트를 보고 싶다고 하네요^^”

자세한 상황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제 성격상 그런 걸 궁금해 할리가 없는데,

하여간 이모가 그렇게 말씀하셨던게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저희 이모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모의 미소를 좋아하는데

그 점원도 그랬는지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주시더군요.

뒤쪽으로 들어가서 밍크코트를 하나 꺼내오셨습니다.

가격은 1억이었습니다. (90년대인데....정말로 1억이었습니다.)

이모가 살짝 코트를 만져보시는데 굉장히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만지시더군요.

저더러 만져보라고 하시길래, 솔직히 10대 소년이 뭘 알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모의 기분을 깰 수가 없기에, 저도 이모처럼 그 코트를 부드럽게 만져보았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저는 별 느낌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한마디 거들긴 했습니다. “와, 정말 부드럽네요”

 

제 기억 저장고에 있는 재미있는 추억(?) 하나를 꺼내보았습니다.

꺼내고 보니 신기하네요. 오래된 일인데도 참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떠올려 본 적 없던 기억인데 말입니다.

.............................................................................................................

그런데,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한 소녀(혹은 숙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화를 받고 있는 그 소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수화기 너머의 존재가 그 소녀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전화가 오길 애타게 기다렸던 기색이 역력했고,

통화 중에 짓는 표정을 봐도 그 통화가 그녀에게 주는 중요성은 확연하였습니다.

그 소녀는, 수화기를 내려놓은 후 짐을 다 정리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리더군요.

하던 일도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말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가 전화 받던 그 장소도, 그리고 그 장소에서 전화가 오기 직전까지 하고 있던 일들도,

수화기속의 목소리에 따른 거라고 하더군요)


그 소녀의 옷차림은 마치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스테파니의 옷차림 같았습니다.

나름대로는 '그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입은 것입니다.

제 눈에는 그 옷이 정말정말 예뻐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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