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정보의 시대’에 산다고 말한다. 그런데 존 나이스빗은 현재의 상황을 정보의 홍수와 지식의 빈곤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있다, 하지만 지식에 굶주려 있다.” 이런 주장을 이해하려면 정보와 지식의 관계, 더 나아가 지혜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정보를 사용하는 동물'로서 항상 정보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에게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구석기 시대 알타미라 동굴 벽화도 많은 고대인의 정보를 전달한다. 이후 글자의 발명으로 역사 시대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정보의 시대가 열렸다.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등장하면서 필사에 의존하던 소량의 기록을 넘어 대량의 출판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정보의 대중화 시대에 들어섰다.
과연, 현재 정보는 어떻게 발전하였을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정보의 생산과 전달에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도약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정보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만들어진 정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여기에는 21세기 초에 등장한 소셜 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소셜 미디어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정보를 만들고 교환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정보 폭증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세계적 연결과 소통의 편리함 덕분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그것을 학습하여 발전한 결과 AI 혁명이 일어났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를 경험하고 있다. 마샬 맥루한은 전 세계에서 송출되는 TV 뉴스와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보게 되면서 학교가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끝나고, 오히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는 '정보의 역전'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는 학교 밖에서 정보가 더욱 넘쳐나는 상황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보편적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 세계적 명문대학교들이 무크(MOOC) 형태로 양질의 무료 강좌를 제공하고, 그 외에도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의 온라인 강좌가 다양하게 유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증가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짜 뉴스, 정치적 양극화, 선정성과 폭력성의 증가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정보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될 때 정보 제공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 결과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게 되었다.
이렇게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 역설적으로 '지식의 빈곤'을 겪게 된다. 특히 자극적인 정보의 과잉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또한 널리 개방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풍부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지식 착각(knowledge illusion)’은 정보와 지식을 구별하지 못할 때 생긴다.
리처드 파인만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통해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어느 날 아버지와 숲속을 걸으면서 다양한 새를 관찰했는데, 또래 아이들이 새의 이름을 자랑할 때 비록 이름은 하나도 모르지만, 파인만은 아버지와 함께 새의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분석했다고 말한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는 이름을 알 때 지식이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종종 우리는 열심히 암기하여 시험을 잘 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시험을 위해 암기한 것이 단기 기억에 머물렀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를 통해 오랫동안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은 학생들이 이해하지 않고 암기하게 만드는 데 있다. 또한, 스스로 대상의 구조, 기능, 작동 원리를 이해할 때 호기심도 촉진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가 가능해진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기에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정보 접근이 쉬운 세상에서는 정보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교육개혁에서는 학생 주도의 창의적 교육이 강조된다. 여기에 더해,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은 정보의 수집, 분석, 요약, 그리고 어느 정도의 추론적 ‘생성’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호기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식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궁극적으로, 정보로부터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왜,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디지털 정보 시대에도 사기꾼은 기술적 발전과 인간 심리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습득하여 해킹,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다양한 형태의 진화된 범죄를 저지른다. 누구도 이들을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지혜없는 지식은 해악을 초래할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특별한 논리적 사고 능력을 주셨다. 그 능력을 활용하여 지금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디지털 정보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정보를 활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분석적 지식이 부의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부의 편중, 정치적 양극화, 생명의 경시, 환경 재해의 급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류의 멸망까지 언급되고 있다.
결국, 끊임없이 발전하는 정보와 지식이 방향을 잃고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차 같은 상황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류의 유익을 위해 정보와 지식을 사용하는 지혜가 아닐까? 이러한 인류의 위기 상황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간직한 구원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절실해지고 있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벽과 거짓이 없나니” (야고보서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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