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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원 394호]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한고운 집사
(3교구)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희 부부는 지난 3월 아이들과 함께 강릉으로 이주했습니다. 아무런 연고 없이,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지 않고 자녀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늦기 전에 강릉행을 감행했습니다.
짧게나마 주말 부부, 현지 취업의 과정을 거쳐 결국은 두부마을로 유명한 초당동에 두부 티라미수 디저트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길로 이끄심에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집과 매장을 계약하며 모두 서울 출신인 분들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텃새는 커
녕 오히려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이웃들을 예비해 주심에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서울에서는 바닷가 근처에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의 삶을 막연히 동경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파트보다 훨씬 춥고, 벌레도 많고, 곳곳에 손이 가는 일도 많아 번거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시로 바비큐도 해먹을 수 있고, 실컷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용기내서 강릉으로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다
행인 점은, 친정 부모님께서 아버지의 퇴직 후 기꺼이 저희 집 근처로 내려와 주셨습니다. 이 참에 딸 덕분에 서울을 벗어나 강릉 1년 살기를 한번 해보겠다며 말입니다. 하교한 아이들을 돌봐 주시고 때로는 맛있는 식사 준비도 도와주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장 운영과 자녀들 케어, 살림을 동시에 홀로 어떻게 감당했을 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
강릉에 정착하며 좋은 교회를 만나는 일이 가장 큰 기도제목이었는데, 따뜻한 청장년 공동체를 만나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배 후 넓고 쾌적한 실내 체육관에서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 프로그램도, 작은 예수 제자훈련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서울교회 주중성경학교도 온라인으로 참여를 이어가며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성장하는 중
입니다.
여전히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모든 게 불확실성에 놓여있어 걱정 근심이 마음을 짓누를 때가 많습니다.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는 자녀들과 겪는 갈등도, 함께 일을 하며 생기는 부부간의 갈등도 때로는 저를 지치게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매일매일이 주님 의지함 없이는 불가능함을 고백케 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속에서도 자녀들을 지켜 주시고,
우리 가정을 단련시키시고 선하게 이끄실 것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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