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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원 396호] 디지털 기술과 인간관계의 왜곡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중학생들이 동급생 여학생들의 소셜미디어 사진을 악용해 조작된 이미지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한 남학생은 여교사의 사진을 이용하여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발각된 후 그의 가족이 이민을 떠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결합하면서 왜곡된 범죄의 형태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기술은 수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그 부작용 또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가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딥페이크 앱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청소년들조차 이를 악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딥페이크 기술이 반드시 부정적인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별한 가족이나 반려동물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재현하여 위로를 전하는 등 긍정적인 활용 사례도 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기술의 오남용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심각하게 결여되었음을 보여 준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성적 매력은 자극적 요소로 쉽게 활용되며, 이는 광고와 패션산업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날씬한 체형’이 이상적인 미의 기준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사람들이 거식증이나 영양실조로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근육질 몸매가 강조될 때는 무리한 운동과 단백질 과다 섭취, 심지어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성적 매력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미인이라 여겨지는 얼굴은 좌우대칭이 맞고 피부가 맑고 투명한 경우가 많다. 이는 건강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피부색 또한 마찬가지다. 흰 피부는 검은 피부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역별 자외선 강도에 따라 멜라닌 양이 달라진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서구 중심의 근대화와 식민지화 과정에서, 특히 20세기 미국의 부상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세계를 장악하면서 백인이 미(美)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위 ‘백인’이라 불리는 인종도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다. 결국, 미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오늘날 패션산업에서는 마른 몸매가 선호되지만, 과거에는 풍만한 몸매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었다. 신석기 시대 유물을 보면,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된 조각상이 많다. 이는 원시 시대에 다산과 풍요로움이 중요한 가치였음을 보여 준다. 오랫동안 수렵·채집 사회와 농경 사회를 거치면서, 노동력 확보와 부족의 번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힘이 세고 건강한 여성이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었다. 심지어 근·현대에도 풍만한 몸매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며, 이는 부(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육체노동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특히 선진국에서는 고비용의 양육으로 인해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더 이상 풍만한 몸매가 중요한 미적 요소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패션산업에서도 옷을 강조하기 위해 마른 체형을 선호하게 되면서, 날씬한 몸매를 동경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다.
이처럼 성적 매력의 상업화는 성적 관계의 상업화로도 이어진다. 현대 사회에서 음란물이 대량으로 제작되고 유포되면서, 왜곡된 성적 차별과 지배, 그리고 학대가 조장되고 있다.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사랑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며,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른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설명한다. 첫째, 성욕은 상대에게 무작정 끌리게 되는 상태로 이때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둘째, 로맨스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라고 표현되는 상태로 오직 한 사람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고 이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셋째, 장기간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반려자를 찾았을 때 생기는 안정적 인간관계의 상태로 이때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된다.
사랑을 음식에 비유하면, 성욕과 로맨스라는 반찬으로 결혼이라는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에게는 인간 특유의 장기적 양육을 위한 안정적 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과학적 설명을 통해 볼 때, 결혼은 단순한 단계적 관계가 아니라, 세 가지 성적 호르몬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음란물은 즉각적인 성욕만을 자극하면서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들에게 성적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 줌으로써 건강한 인격적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성적 매력은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만, 성적 문란은 신뢰를 깨뜨리고, 깊은 상처를 남기는 죄가 될 수 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마가복음 12:31)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본능적인 일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 본능을 넘어, 자신만큼이나 타인을 아끼라고 가르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밀하고 근본적인 대상은 배우자이며, 배우자는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누구보다도 아껴야 하는 존재이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세기 2:23~24)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성적 관계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성적 욕망이 왜곡되고 상품화되면서, 결국 딥페이크 기술이 청소년들의 그릇된 행동을 부추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과연 청소년들이 이러한 성적 유혹과 상업적 왜곡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말씀으로 올바르게 인도하고 있는가? 이제는 성적 문란이 아닌, 사랑과 존중에 기반한 건강한 관계를 가르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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