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느 봄날, 김노을(가명) 어르신을 처음 만난 곳은 10평 남짓한 작은 영구임대주택이었습니다. 어르신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함께 체념이 배어 있었고, 그가 내보인 발은 뼈가 보일 정도로 썩어 있었습니다. 이토록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살아온 그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김노을 어르신은 한때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두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았지만, 광우병 사태로 회사가 부도를 맞으며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빚, 끝내 지켜내지 못한 가정. 이혼 후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고, 삶은 술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몸을 갉아먹는 당뇨합병증이란 병이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에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졌어요. 아침에 밑반찬을 배달하는 할머니가 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대요. 119가 와서 싣고 간 후 중환자실에서 20일간 있었어요.” 노인일자리 어르신이 발견해 조치하지 못했다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고독사하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합니다. 최근에 어르신은 당뇨합병증이 심해져서 시신경이 많이 손상되고, 눈의 시야가 흐려져서 외출도 나가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의 곁을 지키는 손길이 있습니다. 논현노인종합복지관(남서울복지재단 소속)은 어르신에게 장기간 당뇨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무에 새순이 돋듯 어르신의 발도 새로운 살로 채워졌습니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어르신의 시야도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인 ‘노노케어(老老-care)’ 어르신들이 정기적으로 김노을 어르신의 댁을 방문하여 말벗을 해주고 안부를 확인하고, 밑반찬을 배달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실로암 연못에서 맹인의 눈을 뜨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이웃을 돌볼 사명을 주셨습니다.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요한복음 9:4).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은 어르신들이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돌봄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김노을 어르신과 같은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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