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감람원 397호] 믿음의 첫 단추를 끼우며 - 자녀와 함께하는 새벽기도
“도윤아, 새벽기도가 뭔지 알아?”
“새벽에 하는 기도.”
“오, 맞아! 새벽에 교회에 모여서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는 거야.”
“(놀라며) 진짜야? 엄마도 가봤어?”
“그럼. 너무 좋아서 이번에는 도윤이랑 같이 가려고.”
이 대화의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아닌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남서울교회에 등록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새벽기도회에 나가본 적이 없다. 최근 ‘자녀와 함께하는 새벽기도회’ 후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전 분위기를 익힐 겸 참석했던 것이 전부다. 매주 주일 광고를 귓등으로 흘려듣던 나를 하나님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불러내신 게 아닐까 싶다.
“새벽기도 준비해야지. 동화책, 색종이, 간식...”
“도윤아, 그런 준비물은 필요 없어.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는 거야. 어떤 기도를 드릴지 미리 생각해봐도 좋아.”
“순서대로 한 명씩 발표하는 거야?”
순진무구한 아이의 말이 귀엽기도 했지만, 기도 자리를 낯설어하는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같아 민망했다. 한편으로는 다녀온 뒤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주는 도윤이의 초등학교 입학 첫 주였다. 아이도, 나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의 연속이었고, 감기약을 먹으며 학교생활을 버텨내는 아이가 주말에는 늦잠으로 피로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도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래서 이번 새벽기도회가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하나님의 은혜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밤, 도윤이가 푹 잘 수 있도록 ‘등 긁어주고 배 쓰다듬기’ 필살기를 발동해 5분 만에 재웠다. 정작 나는 알람을 놓칠까 긴장된 마음에 밤새 뒤척였다. 다행히 알람 소리에 바로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 공기가 차다며 투정부리는 아이를 달래며 가는 길이 든든했던 건 남편도 함께였기 때문이다. 글에 실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같이 가자고 했는데, 기꺼이 응해준 남편의 배려가 고맙고 감동이었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새벽기도회에 가는 두 남성과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당 문 앞에 다다르자 초등1부 담당 교역자님이 먼저 도윤이를 반겨주셨다. 매달 새벽기도 출석 도장을 찍는 주일학교 미션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도윤이는 첫 도장을 받았다. 2층에 자리를 잡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고, 주일예배와는 또 다른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날 주어진 전도서 5장 1~7절 말씀을 통해 목사님은 “예배를 습관처럼 드리지 말고,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동안 주일 예배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진 않았는지, 정말 하나님께 귀 기울였는지 돌아봤다. 매일 실패하는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나 자신과 소중한 자녀, 우리 가족이 하나님 앞에 신실한 예배자로 서게 해달라고. 이어 공동체를 위한 기도 제목인 교육관 건축과 단기선교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하나님을 묵상했다.
청년 시절, 삶의 무게에 눌려 홀로 새벽기도회에 나와 울던 내가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자녀와 남편과 함께 이른 새벽예배당에 있다는 사실이 문득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꼭 안고 기도하는 순간, 우리 가족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깊은 감사와 행복이 밀려왔다.
기도 후 돌아가려는 찰나, 교역자님 한 분이 “신교육관 A실로 가셔서 아침 드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교회에서의 첫 아침식사, 그냥 돌아갔더라면 정말 서운했을 뻔했다. 김밥, 계란, 떡, 과일, 라면까지 정성껏 준비된 식사를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눈빛으로 먼저 인사해주시는 성도님들 덕분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나도 금세 마음이 풀렸다. 다음 달에는 용기 내어 인터뷰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또 오면 도장 더 찍을 수 있지?”
도윤이의 이 한마디에 새벽기도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어린 시절부터 기도를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예배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자 신앙을 가진 부모의 책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새벽기도회, 또 한 번의 은혜를 기대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나은별 기자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