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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원 399호] 신약성경을 신뢰할 수 있는 초기 증거가 있는가?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은 2024년 10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해외 기독교 유물초청전>을 개최했다. 미국의 인스파이어드 전시회(Inspired Exhibit)와 협업해 한국과 미국의
성서 기록 및 전파 과정이 전시되었으며, '성경의 배경과 역사'와 '루터와 종교개혁' 등을 테마로 파피루스와 두루마리 사본, 마틴 루터의 성서, 킹 제임스 성경 초판본 등 희귀한 유물이 공개되었다. 2025년 감람원에서는 특별전의 내용 중 일부 유물을 소개하며 지난 4월부터 주제별로 연재하고 있다.
(참고-한국기독교박물관 전시 유물 해설문)]
- 파피루스 52(Papyrus 52)
파피루스 52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약성경 사본이다. 저작 연대는 무려 1,900년을 거슬러 올라간 125년경으로 추정된다.
1890년대 후반 영국의 그렌펠(B.P. Grenfell)과 헌트(A.S.Hunt) 발굴팀은 이집트 나일강 상류 지역 옥시링쿠스(Oxyrthynchus)에서 다량의 파피루스 고대 사본을 발굴하였다. 옥시링쿠스는 고대에 교회와 수도원들이 많이 있던 지역으로, 비가 오지 않고 뜨겁고 건조한 날씨 덕에 신약사본을 비롯한 다수의 파피루스 사본들이 옥시링 쿠스에서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사본인 파피루스 52에는 요한복음 18장 31~33절과 37~38절이 기록되어 있는데, 예수님이 빌라도와 나눈 진리에 관한 논의가 담겨 있다.
“빌라도가 이르되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태어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음성을 듣느니라 하신대”(요한복음 18:37)
필체 분석 결과 파피루스 52는 사도 요한이 원본을 작성한 후 한두 세대 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아있는 부분이 매우 적어, 이것이 요한복음만을 묶은 사본이었는지, 사복음서를 함께 묶은 것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파피루스 52를 포함한 옥시링쿠스 사본은 전체 신약 본문이 아니라 단편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신약성경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신약 본문이 이 시기의 본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옥시링쿠스 파피루스 사본이 발견되기 전 가장 오래된 사본은 4세기의 것들이었다. 그런데 옥시링쿠스 발굴로 기독교가 공인되기 이전인 2~3세기의 사본들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시기의 사본들을 종합해 볼 때 무려 170년경 이전부터 교회가 사복음서의 권위를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 시나이 사본(Codex Sinaiticus)
4세기 중반에 작성된 시나이 사본은 현존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신약성경 사본이다. 명성답게 발굴 과정마저 극적인 서사를 갖고 있다.
1844년 독일의 신약학 교수인 티센도르프(Konstantin von Tischendorf)가 시내산 밑 성 캐더린 수도원(St.Catherine’s Monastery)의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양피지 더미 속에 있던 성경 사본 뭉치들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이를 정리해주고 일부를 선물로 받은 그는 독일에 돌아와 사본을 연구하였다. 고대 성경사본에 대한 열망으로 그는 이후에도 수도원을 재방문하였으나 그를 경계하는 수도사들에 의해 소득을 얻지 못했다.
1859년 그가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우연히 수도사 벽장에서 성경 사본 뭉치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밤새 살펴본 그는 완전한 신약 사본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도사들의 반대로 사본을 가지고 나갈 수 없었고, 이후 온갖 개인적·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 사본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시나이 사본은 대체로 온전히 보존되어 4세기에 공적으로 사용된 성경 사본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시나이 사본에는 마가복음 16장 9절부터 이하 구절이 모두 생략되어 있다. 예수께서 안식 후 막달라 마리아와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말씀을 전하신 내용이다. 기록된 후에 페이지가 소실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런 연유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개역 성경을 보면 이 내용이 모두 괄호로 묶여있다. 어떤 사본에는 있고 어떤 사본에는 없다는 뜻이다.
고대의 성경이 현재 우리가 보는 성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롭다.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발견되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는 사본이 발굴된다면, 성서학 연구 발전으로 원문 해석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면, 우리의 성경은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살아 숨쉬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우리 곁의 성경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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