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신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교회의 사명과 개인의 믿음을 고민하는 좌담 형식의 코너입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앨런 크라이더의 저서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 중 3부 ‘아비투스 형성하기’와 4부 ‘인내의 변형’을 함께 읽고, 신앙의 형성과 공동체의 역할, 조급한 교회 문화와 인내의 변형에 대해 깊이 있는 나눔을 이어갔습니다.
참석자
- 김철우 집사 (이하 사회자)
- 김은지 기자 (이하 ‘은’)
- 이다혜 기자 (이하 ‘다’)
- 이유진 기자 (이하 ‘유’)
사회자: 3부에서는 초기 교회가 신앙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룹니다. 특히 인상 깊은 건 세례를 허락하기 전에 철저한 삶의 검증과 훈련이 있었다는 점이에요. 믿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했고, 공동체와 함께 '사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요즘 교회와 비교해 보면 어떠셨나요?
은: 지금은 새가족 교육이나 양육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초기 교회처럼 삶 전체가 전환되는 ‘형성의 시간’을 경험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어요. 신앙이 지식이나 습관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습
속으로 몸에 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은 다들 너무 바쁘고 빠르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유: 그래도 요즘 교회에서도 함께 걷는 동행 프로그램이나 양육 훈련들이 많아진 건 긍정적인 것 같아요. 단지 양육의 순서가 초기 교회와는 다르게 세례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
오히려 지금은 ‘세례받고 나서 훈련받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자: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순간들이 있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은: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하나님이 ‘기다려 주시는 분’이라는 점이었어요. 저는 과거에 누군가에게 신앙을 설명하며, ‘이건 꼭 따라야 해’, ‘이건 꼭 해야 해’ 같은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게 신앙적으로 바른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 조급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제게 그런 식으로 하신 적이 없었다는 걸 떠올리게 됐어요. 예배드리라고 강요하지 않으셨고, 성경을 안 읽는다고 협박하지도 않으셨는데, 나는 왜 그렇게 강하게 말하려 했을까…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기다림과 내 조급함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다: 저도 공감돼요. 전도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신앙을 설득하려 하다 보면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조급하게 밀어붙이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초기 교회는 전도하려고 그렇게 산 게 아니라,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따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삶이 된 거잖아요. 그게 진짜 복음 같았어요.
사회자: 이 책은 초기 교회의 전도 방식이 ‘말’이 아닌 ‘삶’이었다고 말합니다. 복음을 말로 전하기보다, 성품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건데요. 여러분도 삶으로 복음을 전하려고 애쓴 적이 있으신가요?
유: 회사에서 저는 크리스천이라는 걸 숨기지 않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말투, 행동, 태도… 작은 것에도 신경 쓰이죠.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 행동을 하
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의식해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복음을 전하려는 의도가 삶의 동력이 되면 피곤한데,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삶이라면 그건 기쁨이 되겠죠.
은: 예전에 한 친구가 ‘교회 다니는 건 괜찮지만, 나한테 교회 얘기는 꺼내지 말아줘’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많이 낙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아요. 사실 내가 할 수 있
는 건 내 삶을 지키는 것뿐이더라고요. 그 친구의 구원은 하나님께 맡기고, 저는 제 삶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자: 3부 후반부에서는 예수님의 방식이 ‘지혜로운 비둘기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충돌을 피하되, 원칙은 지키는 태도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런 삶이 약해 보이고,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다: 저는 사회생활 하면서 왜 항상 참아야 하지? 왜 손해 보는 것 같을까…그런 고민을 자주 했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인내는 하나님의 성품이고,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아, 내가 손해 본 게 아니라 하나님을 닮아가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어요. 그걸 인정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유: 맞아요. 인내는 약함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방식이라는 게 이번에 정말 많이 와닿았어요.
사회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발효’는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속에서는 천천히 생명의 작용이 일어나는 상태를 뜻하잖아요. 지금 여러분 안에서 발효되고 있는 인내는 무엇인가요?
다: 관계요.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애쓰는 시간들이 발효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열매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익을 거라고 믿어요.
유: 저는 오랫동안 기도해온 제목이 있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응답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은 조용히 일하시는 분이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응답보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다리는 내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요.
은: 저는 저 자신에 대한 인내요.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시간에 맡기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그 시간이 발효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사회자: 책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된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런 구별됨을 느끼시나요?
유: 저는 남서울교회 안에서 포기하지 않는 관계를 많이 봤어요. 다툼이 있더라도 결국엔 회복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 세상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그냥 안 보면 되지’ 하는데, 교회는 끝까지 함께하려고 하잖아요. 그게 교회의 가장 큰 힘 같아요.
은: 저도 남서울교회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자유를 존중하고, 실수에 대해 정죄하지 않고, 건강하게 책임지는 모습. 문제가 생겼을 때 지도자들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사과했던 일도 인상 깊었어요. 그런 정직함과 투명함이 저는 참 고마웠어요.
다: 저는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게 이 공동체의 힘이라고 느껴요. 신앙의 길을 묵묵히 걷는 어른들이 곁에 있다는 건 청년들에게 큰 안식이자, 배움의 기회예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혼자 믿음 지키는 시대’ 속에서 큰 힘을 얻는 거죠.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발효하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청년들은 답하지 않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3차 간담회는 담임목사님과 함께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를 마무리하며,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인내의 방식,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닮은 공동체에 관해 대화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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