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들의 설교 말씀을 정리해서 올리거나, 받은 은혜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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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이렇게들었어요! 사건파일 #1994
2021.01.07 23:03
어제는 1999년도에 일어났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보다 더 오래 전,
1994년도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입니다.
담임선생님이 진짜 괴짜셨습니다.
산수시간에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 개념에 대해 배우고 있었습니다.
괄호를 잘 구분해서 순서에 맞게 연산을 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이 때,
연세도 지긋하신 분이 갑자기 환하게 씨익 웃으시더니
수업과 상관없는 이상한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딱 요맘때 여자애들 가슴이 꽃봉오리처럼 부풀기 시작하지,
바로 이 {중괄호}처럼 말이야"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못 할 발언이죠.
그런데 그 당시 저를 포함에서 학급친구들은
그냥 학교에 와서 듣고 가는 선생님의 말씀 중 일부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혹시 남몰래 수치심을 느꼈을 여학생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금도 이 선생님의 성함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하루는
이 선생님이 반 아이들 전체에게
작은 종이쪽지를 한 장씩 나눠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종이에 각자 이름을 쓴 다음 맘에 드는 이성친구들의
이름을 적어서 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여간 보통 독특한 선생님이 아니지요?
저는 그 때 망설이지 않고 한 여학생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망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쁘게 적었습니다.
그 이름은 '연지' 였습니다.
이름도 예쁘지요?
제 기억에 이 친구는 얼굴이 유달리 예뻤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자태가 고운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히 좋아했던 건 아니고 그냥 호감 정도였는데
가끔씩 주일에 교회에서도 볼 수 있어서 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쪽지를 제출하고 하교 전 청소중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제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예준아, 연지가 니 이름 썼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든지!!
집에 도착하니 부엌에서 어머니가 생마늘을 다지고 계셨습니다.
전후과정 다 생략하고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 김연지라고 있거든 걔가 나 좋아한다고 쪽지에 썼대"
저는 속으로 일단 이렇게 말하면,
어머니가 자세히 캐물을테니 그 때 좀더 자세히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되묻기 보다는 딴 얘기를 한마디 하셨습니다.
"야 들어가서 공부나 해"
그래서 저는 들어가서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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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제 인생스토리의 시작점입니다.
이 사건을 씨앗으로 삼아 제 인생은 발아하였습니다.
사실은 하나님이 뒤에서 저희 어머니를 조종하고 계셨습니다.
이걸 알면서도...
제가 걸어 온 인생길을 어린친구들에게 쉽사리 추천해 줄 수는 없겠는 것이 저의 심정입니다.
저는 교회가
저를 위해 좀 슬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나중에 혹시라도 제게 딸이 생긴다면
저희 부모님께 이렇게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아이 이름을 안연지라고 짓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