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23살이 되었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줌마가 무슨 말이냐고 하시겠지만
오늘은 제가 위암수술을 받은 지 꼭 23년 되는 날이거든요.
94년 9월 둘째아이를 출산했는데, 건강한 아기를 낳은 기쁨이 채 이틀이 가기 전 제가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엄청난 불행이 찾아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밤새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출산한 지 보름만에 위를 전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기간은 고통스러웠습니다. 12달 동안 항암제를 맞았는데, 의사는 3년생존율이 겨우 30%라고 했습니다.
생명도, 박사학위도, 마래의 꿈도, 다 내려 놓았던 그 때
마음여린 남편과, 3돌짜리 아들과, 옹알이 하는 딸애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마음 졸이던 그 때
제 손에는 스물아홉의 빛나는 젊음 대신
한주먹씩 빠지던 머리카락이 쥐어졌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역류하는 소화액으로 목구멍이 타는 듯 하여 후두둑 눈물을 쏟으며 울던 밤은, 외로웠습니다.모두가 잠이 든 밤에 저는 부여잡은 목보다 마음이 더 아팠습니.아무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고통 그 가운데,하나님만이 저의 피난처가 되어주셨습니다.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때 깨달았습니다.
위암의 후유증은 아직도 제 삶에 남아있습니다.
크고 작은 증상들이 지금도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른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오십이 넘어 흰머리가 나도록 살게 해 주신 하나님,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도록 아픈 경험을 주신 하나님,
고통중에 주신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
제게 주신 감사의 제목들 어찌 다 아뢰겠습니까마는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나마 아버지께 고백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아버지,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은혜가 저에게 족합니다.
아버지 앞에 저의 잔이 넘치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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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준
2017.09.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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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영
2017.09.27 19:56
정말 그러네요.
알수없는 파일이 첨부가 되는군요.
다른분들은 안 그런데 이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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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7.09.28 13:45
XE관련 문제로 게시판끼리 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일정을 잡고 XE버전 업그레이드 진행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자동 첨부된 파일은 모두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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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영
2017.09.27 19:54
귀한 고백에 참 감사합니다.
우리가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늘 되새기지만, 막상 큰 고통이 다가오면 감사보다 불평과 원망이 먼저나오게 되는데, 암의 큰 고통속에서도 주님께 감사드리는 집사님의 모습에 감동과 은혜를받습니다.
늘 작은일에 불평하고 원망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회개하며,
집사님의 쾌유를 기원드립니다.
남서울교회에 오기전 제 소망중 하나는...
이해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고통중에서도
신앙을 잃지않는..아니 오히려 은혜가 풍성해지는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일' 이 있는데도 어떻게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 있는 분을 만나뵘으로써
제가 더 이상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닌 찬양하는
사람이 될수있는 '해법'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나중에 언젠가...
어떻게해서 원망이 아닌 감사를 하게되셨는지 꼭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댓글달면, 알지 못하는 파일이 자동으로 첨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