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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원 399호] 인내가 발효될 때까지
‘세상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신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교회의 사명과 개인의 믿음을 고민하는 좌담 형식의 코너입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앨런 크라이더의 저서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 중 3부 ‘아비투스 형성하기’와 4부 ‘인내의 변형’을 함께 읽고, 신앙의 형성과 공동체의 역할, 조급한 교회 문화와 인내의 변형에 대해 깊이 있는 나눔을 이어갔습니다.
참석자
- 김철우 집사 (이하 사회자)
- 김은지 기자 (이하 ‘은’)
- 이다혜 기자 (이하 ‘다’)
- 이유진 기자 (이하 ‘유’)
사회자: 3부에서는 초기 교회가 신앙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룹니다. 특히 인상 깊은 건 세례를 허락하기 전에 철저한 삶의 검증과 훈련이 있었다는 점이에요. 믿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했고, 공동체와 함께 '사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요즘 교회와 비교해 보면 어떠셨나요?
은: 지금은 새가족 교육이나 양육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초기 교회처럼 삶 전체가 전환되는 ‘형성의 시간’을 경험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어요. 신앙이 지식이나 습관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습
속으로 몸에 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은 다들 너무 바쁘고 빠르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유: 그래도 요즘 교회에서도 함께 걷는 동행 프로그램이나 양육 훈련들이 많아진 건 긍정적인 것 같아요. 단지 양육의 순서가 초기 교회와는 다르게 세례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정도?
오히려 지금은 ‘세례받고 나서 훈련받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자: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순간들이 있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은: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하나님이 ‘기다려 주시는 분’이라는 점이었어요. 저는 과거에 누군가에게 신앙을 설명하며, ‘이건 꼭 따라야 해’, ‘이건 꼭 해야 해’ 같은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게 신앙적으로 바른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 조급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제게 그런 식으로 하신 적이 없었다는 걸 떠올리게 됐어요. 예배드리라고 강요하지 않으셨고, 성경을 안 읽는다고 협박하지도 않으셨는데, 나는 왜 그렇게 강하게 말하려 했을까…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기다림과 내 조급함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다: 저도 공감돼요. 전도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신앙을 설득하려 하다 보면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조급하게 밀어붙이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초기 교회는 전도하려고 그렇게 산 게 아니라,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따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삶이 된 거잖아요. 그게 진짜 복음 같았어요.

사회자: 이 책은 초기 교회의 전도 방식이 ‘말’이 아닌 ‘삶’이었다고 말합니다. 복음을 말로 전하기보다, 성품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건데요. 여러분도 삶으로 복음을 전하려고 애쓴 적이 있으신가요?
유: 회사에서 저는 크리스천이라는 걸 숨기지 않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말투, 행동, 태도… 작은 것에도 신경 쓰이죠.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 행동을 하
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의식해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복음을 전하려는 의도가 삶의 동력이 되면 피곤한데,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삶이라면 그건 기쁨이 되겠죠.
은: 예전에 한 친구가 ‘교회 다니는 건 괜찮지만, 나한테 교회 얘기는 꺼내지 말아줘’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많이 낙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아요. 사실 내가 할 수 있
는 건 내 삶을 지키는 것뿐이더라고요. 그 친구의 구원은 하나님께 맡기고, 저는 제 삶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자: 3부 후반부에서는 예수님의 방식이 ‘지혜로운 비둘기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충돌을 피하되, 원칙은 지키는 태도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런 삶이 약해 보이고,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다: 저는 사회생활 하면서 왜 항상 참아야 하지? 왜 손해 보는 것 같을까…그런 고민을 자주 했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인내는 하나님의 성품이고,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아, 내가 손해 본 게 아니라 하나님을 닮아가고 있었던 거구나 싶었어요. 그걸 인정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유: 맞아요. 인내는 약함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방식이라는 게 이번에 정말 많이 와닿았어요.
사회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발효’는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속에서는 천천히 생명의 작용이 일어나는 상태를 뜻하잖아요. 지금 여러분 안에서 발효되고 있는 인내는 무엇인가요?
다: 관계요.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애쓰는 시간들이 발효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열매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익을 거라고 믿어요.
유: 저는 오랫동안 기도해온 제목이 있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응답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은 조용히 일하시는 분이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응답보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다리는 내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요.
은: 저는 저 자신에 대한 인내요.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시간에 맡기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그 시간이 발효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사회자: 책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된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런 구별됨을 느끼시나요?
유: 저는 남서울교회 안에서 포기하지 않는 관계를 많이 봤어요. 다툼이 있더라도 결국엔 회복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 세상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그냥 안 보면 되지’ 하는데, 교회는 끝까지 함께하려고 하잖아요. 그게 교회의 가장 큰 힘 같아요.
은: 저도 남서울교회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자유를 존중하고, 실수에 대해 정죄하지 않고, 건강하게 책임지는 모습. 문제가 생겼을 때 지도자들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사과했던 일도 인상 깊었어요. 그런 정직함과 투명함이 저는 참 고마웠어요.
다: 저는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게 이 공동체의 힘이라고 느껴요. 신앙의 길을 묵묵히 걷는 어른들이 곁에 있다는 건 청년들에게 큰 안식이자, 배움의 기회예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혼자 믿음 지키는 시대’ 속에서 큰 힘을 얻는 거죠.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발효하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청년들은 답하지 않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3차 간담회는 담임목사님과 함께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를 마무리하며,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인내의 방식,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닮은 공동체에 관해 대화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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